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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팜플로나 소몰이 축제가 특별한 이유

by 다시커리어맘 2026. 1. 11.

매년 7월이 되면 스페인 북부의 작은 도시 팜플로나는 전 세계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다. 흰 옷에 붉은 스카프를 두른 사람들이 좁은 골목을 가득 메우고, 이른 아침부터 도시 전체가 긴장과 흥분으로 들끓는다. 팜플로나 소몰이 축제, ‘산 페르민(San Fermín)’은 단순한 지역 축제가 아니다. 이 축제는 인간의 본능, 두려움, 용기, 그리고 공동체의 에너지가 가장 극단적인 방식으로 드러나는 장면이다. 오늘은 스페인 팜플로나 소몰이 축제가 특별한 이유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스페인 팜플로나 소몰이 축제가 특별한 이유
스페인 팜플로나 소몰이 축제가 특별한 이유

 

위험을 축제로 만든 도시, 팜플로나의 아침

 

  팜플로나 소몰이 축제의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엔시에로(Encierro)’라 불리는 소몰이다. 매일 아침 8시, 우리에서 풀려난 소들이 도시의 좁은 거리로 뛰쳐나오고, 수백 명의 사람들이 그 앞이나 옆에서 함께 달린다. 약 800미터 남짓한 이 구간은 단 몇 분 만에 끝나지만, 그 짧은 시간 안에는 극도의 긴장감이 응축되어 있다. 소의 뿔은 실제로 사람을 해칠 수 있고, 매년 부상자와 사망자가 발생한다. 그럼에도 이 행사는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왔다.

  이 위험한 전통은 원래 실용적인 목적에서 시작되었다. 투우 경기에 사용할 소를 도시 외곽에서 투우장까지 이동시키는 과정이 필요했고, 사람들이 소를 몰아넣던 일이 점차 하나의 관습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며 이 과정은 의례가 되었고, 오늘날에는 축제의 핵심 장면으로 자리 잡았다. 팜플로나 시민들에게 이 소몰이는 단순한 스릴 넘치는 이벤트가 아니라, 도시의 역사와 정체성을 상징하는 행위다.

  흥미로운 점은 이 위험이 철저히 ‘공개된 상태’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고 참여한다. 규칙도 명확하다. 술에 취한 사람은 참여할 수 없고, 소를 자극하거나 만지는 행위는 금지된다. 이 규칙들은 단순한 안전 수칙이 아니라, 위험을 존중하는 태도에 가깝다. 팜플로나의 아침은 무모함의 향연이 아니라, 위험과 인간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흰 옷과 붉은 스카프에 담긴 상징

 

  팜플로나 소몰이 축제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바로 흰 옷과 붉은 스카프다. 축제 기간 동안 도시 전체는 이 두 가지 색으로 물든다. 이 복장은 단순한 드레스 코드가 아니다. 흰색은 순수함과 시작을, 붉은색은 피와 희생, 그리고 축제의 수호성인인 성 페르민을 상징한다. 이 색의 대비는 축제의 본질을 그대로 드러낸다. 생명과 위험, 환희와 죽음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사실 말이다.

  축제는 7월 6일 정오, 시청 앞에서 열리는 개막식으로 시작된다. 사람들은 광장을 가득 메우고,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폭죽과 함께 환호성을 터뜨린다. 이 순간부터 팜플로나는 평소의 도시가 아니다. 낮에는 소몰이와 거리 퍼레이드가 이어지고, 밤에는 음악과 춤, 술이 끊이지 않는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무대가 된다.

이 축제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관람자’와 ‘참여자’의 경계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팜플로나에서는 누구나 축제의 일부가 된다. 거리에서 만난 낯선 사람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같은 색의 옷을 입고 하루를 보낸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국적이나 나이, 직업은 중요하지 않다. 모두가 같은 규칙 안에 들어가고, 같은 시간의 흐름을 공유한다. 축제는 사람들을 하나의 집단으로 묶는 강력한 장치다.

 

인간은 왜 위험한 축제에 끌리는가

 

  팜플로나 소몰이 축제가 수백 년 동안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한 전통 때문만은 아니다. 이 축제는 인간이 본능적으로 느끼는 감정, 특히 두려움과 흥분을 정면으로 다룬다. 현대 사회는 위험을 제거하고 통제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완전히 안전한 환경 속에서 사람들은 종종 무언가 부족함을 느낀다. 팜플로나의 소몰이는 이 결핍을 극단적인 방식으로 채운다.

  소와 함께 달리는 행위는 용기를 시험하는 의식처럼 보이기도 한다.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한계를 확인하는 경험이고, 누군가에게는 생존 본능을 직접 느끼는 순간이다. 중요한 점은 이 경험이 개인의 도전이면서 동시에 집단적 경험이라는 것이다. 혼자였다면 결코 선택하지 않았을 행동도, 수백 명이 함께 있을 때는 가능해진다. 사람들은 서로의 존재에서 용기를 얻는다.

또한 이 축제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의식하게 만든다. 축제의 분위기는 밝고 활기차지만, 그 이면에는 항상 위험이 존재한다. 이 긴장감이 축제를 더욱 강렬하게 만든다. 팜플로나에서 사람들은 죽음을 숨기지 않는다. 대신, 그것을 인식한 상태에서 삶을 최대한 강하게 축하한다. 이는 많은 현대 축제가 제공하지 못하는 감정의 깊이다.

결국 팜플로나 소몰이 축제는 묻는다. 우리는 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런 경험을 원할까? 그 답은 단순하다. 인간은 안전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두려움과 맞닿아 있을 때, 삶은 더 선명해진다.

 

  팜플로나 소몰이 축제는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위험성, 동물권 문제 등 다양한 비판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 축제를 단순히 위험한 이벤트로만 바라보는 것은 부족하다. 이곳에는 인간이 공동체 안에서 두려움을 다루는 방식, 전통을 통해 정체성을 유지하는 방법, 그리고 삶을 강렬하게 느끼고자 하는 욕망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팜플로나의 좁은 골목을 달리는 몇 분의 시간은, 어쩌면 인간이 축제를 필요로 하는 이유를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위험과 환호가 동시에 존재하는 이 축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강렬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리는 얼마나 안전해야만, 비로소 살아 있다고 느끼는가?